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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지역경제] 한국인 유전체 빅데이터로 울산 생명·의료산업 시동
source: 연합뉴스 2019-11-10
울산과학기술원이 유전체를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 리포트 샘플.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시·울산과기원, 내년까지 1만 명 게놈 빅데이터 완성

새 먹거리 발굴 주력…"이르면 5년 내 경제효과 창출"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한국인 만의 유전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

울산시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추진 중인 '게놈(genome·유전체) 프로젝트 코리아'는 이런 청사진에서 시작됐다.

게놈 연구는 세계 1경 원(2012년 기준, 보건복지부 자료) 시장인 생명·의료·건강 관련 산업의 핵심이자 바탕이다.

울산시는 이 연구를 통해 그동안 지역 경제를 이끌던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에서 탈피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게놈 연구는 빅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울산시와 울산과기원은 1만명 게놈 빅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2016년부터 울산 시민을 중심으로 정보를 받고 있다.

올해까지 4천 명 게놈을 확보했으며 2020년까지 누계 1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국인 대표성을 갖기 위해 20∼90대, 남녀 약 50% 비율로 자발적 기증 신청을 받고 있다.

모집할 때마다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이 최고 8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게놈 분석 예산만 충분히 확보하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1만명 분석이 끝나면 한국인 유전적 특징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질병 예측 기반을 다지게 된다.

실제 이미 분석이 끝난 게놈 정보는 제공자에게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암 관련 유전자 위치 14개 중 제공자가 9개 위치에서 위험 인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전적 위험도가 '높은 수준'으로 예측됐다는 식이다.

제공자는 위암, 유방암부터 만성 통증, 니코틴 의존도, 수면 질, 노화 정도까지 남성은 202개, 여성은 207개 항목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이 15개 정도 항목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연구 중인 게놈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비용은 1인당 200만∼300만원 정도가 드는데, 현재는 연구를 위해 무료로 제공된다.

향후 연구 결과 안정성이 입증되고, 관련 법 개정과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상용화하면 '게놈 검진'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연구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우울증 또는 자살 위험 예측 방법과 예측용 마커(표시) 개발은 이미 특허 출원됐고 혈액 검진 기반 임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는 특허 출원이 진행 중이다.

울산대학교병원 등 대형 병원과 게놈 기업체가 참여해 바늘이나 수술 도구 등이 필요 없는 비침습 암 진단 의료기기를 개발했고 미국 샌디에이고대학병원에서 임상 시험 중이며 유전자 검사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관련 기업도 이번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잇달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게놈 해독, 진단용 시약·장비를 제조하는 클리노믹스(울산과기원 벤처기업 1호)는 최근 관련 기업 중 최대 규모인 22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지난해 울산지역 병원에서 20억원, 증권사와 제약사로부터 4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 20억원, 사원 수 50명가량인 이 업체는 투자 유치를 계기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병원을 통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바이오·헬스 응용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 게놈 분석·상담 서비스, 실시간 맞춤형 건강관리, 게놈 해독기 개발 등으로 신성장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2013년 41명 게놈 서열을 통합해 제작·공개됐고, 업데이트 중인 한국인 참조 표준 게놈지도(코레프, KOREF)의 정확성과 안정성이 커지면 한국인 맞춤형 신약 개발과 개발 주기 단축 등 바이오 분야 연계도 예상한다.

게놈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세민 울산과기원 게놈기술산업센터장은 "세계 최초로 한국인 게놈 빅데이터가 내년에 완성된다"며 "이르면 5년 이내, 늦어도 10년 이내에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효과가 나올 것이다"고 10일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울산과기원을 비롯해 미국 하버드대, 연세대, 부산대, 울산대 등 교육기관,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모두 28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힘을 싣고 있다.

울산시는 게놈 연구 분야 세계적 석학을 초청하고 관련 기업들의 기술을 전시하는 '게놈 엑스포'를 작년에 이어 올해 8월 개최했다.

canto@yna.co.kr